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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09년 시무식 이태원 대표님 신년격려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9.01.05 조회수 1826
<2009년 시무식 신년격려사>

기축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이렇게 또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신년이 오면 다들 계획을 세우시죠? 금년에는 무슨 계획을 세우셨나요?
한 새해 계획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많은 직장인들이 가장 이루고 싶은 계획이 외국어 실력 향상이더군요.
그 외에도 자기계발, 저축, 재테크, 건강관리, 취미생활, 연애 등이 높게 나타났는데 여러분의 계획도 이와 비슷한가요?
어떠한 계획을 세우시던 간에 이번 해에는 여러분의 신년
계획에 제가 몇 가지 제안을 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는 ‘타인’을 위한 계획을 세워 보시라는 제안입니다.
갑작스럽게 ‘타인’을 위한 계획이라고 하면 참 당혹스럽습니다. 보통 남을 위하는 것 하면 봉사활동, 기부 같은 것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무언가를 희생하여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는 남을 위하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한 경제학자가 있었습니다. 경제학자는 고국 방글라데시의
가난한 사람들을 목격했습니다.
하루 종일 손으로 만든 대나무 의자의 가격은 방글라데시 돈 5타카 5페이사 정도라고 합니다.
이중 5타카는 고리대금업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갚는데 쓰고 5페이사로 생활을 유지합니다. 5페이사는 우리나라 돈으로 약 40원에 해당하는 금액이죠. 계속해서 불어나는 고리대금 이자 때문에 빈민층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본 경제학자는 은행으로 찾아갑니다. 그리고 은행에 묻습니다. ‘왜 빈민층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습니까?’라고 물으니 은행에서는 ‘담보가 없기 때문에 빌려줄 수 없다.’고 대답합니다.
경제학자가 다시 ‘왜 담보가 없으면 대출이 안되나?’라며 묻자 은행은 그것이 규칙이라는 대답을 합니다.
그래서 이 경제학자는 규칙을 바꾼 은행을 설립합니다. 담보가 없어도 돈을 빌릴 수 있는 은행을 말이죠. 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위한 조건은 하나입니다. 하위 25%에 속하는 빈민층이어야 할 것이죠. 돈을 대출받은 방글라데시의 빈민층들은 그 돈으로 생활의 기반을 닦습니다. 그리고 은행의 원금 회수율은 98%에 이르고 있습니다. 경제학의 룰을 뒤집어버린 이 놀라운 일로 이 경제학자는 200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합니다. 이 사람이 그라민 은행의 총장 무하마드 유누스입니다. 우리가 유누스의 행동에서 배울 수 있는 한가지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굳이 여러분이 따로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서 남을 돕는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행동이 남을 돕게 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이죠.
물론 무하마드 유누스의 사례처럼 우리는 거창한 변화를 가져올 수는 없습니다. 돌연 세법을 뜯어 고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아주 작은 여러분의 삶의 변화는 큰 변화가 될 수 있습니다.
‘나비 효과’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나비 효과란 지구 반대편의 나비의 날갯짓이 다른 반대편의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으로 아주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이야기 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기상에만 적용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삶에 있어서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 것이 불만이십니까? 세상을 바꾸는 것은 여러분의 작은 변화입니다. 한 가지 변화가 생기면 그에 따른 변화가 1000가지쯤 생길 수 있습니다.
때문에 여러분이 올 한해 1년간 타인을 배려하는 작은 계획 하나를 실천하는 것은 굉장히 작은 일이지만 세상을 더 행복하게 만들 것입니다.

누가 알겠습니까?
내가 아침에 나눈 따뜻한 인사 한마디가 누군가의 힘이 되어줄 수 있고, 밝게 응대한 전화 한 통화에 누군가의 하루가 행복해 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러한 누군가는 또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겠지요. 가시적으로 보여지지는 않겠지만 이러한 것을 통해 점점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 질 수 있을 것입니다.
2009년에는 2008년보다 경제적으로 힘들어질 것이란 예측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보다 더욱 힘든 것은 그러한 상황에서 더욱 싸늘히 냉각되어가는 사람들의 마음일 것입니다. 2009년 신년 계획에는 타인을 위한 계획을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거듭 강조하는 것이지만 그 것이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작은 계획은 나, 가족, 회사 더 나아가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 봅니다. 힘들지라도 더욱 따뜻한 2009년이 되길 바랍니다.
두 번째는 조금 느리게 사는 것에 대한 제안입니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빨리빨리. 하루는 모두 24시간 공평하게 주어집니다. 그 가운데에서 우리는 누구보다 빠르길 늘 바랍니다. 10미터의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는 시간은 단 30초뿐이고 수능 언어영역은 80분 동안 50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이는 1분 36초 만에 옳은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죠. 결혼 후 내 집 마련은 9.4년 안에 마련해야 하고 5년 안에 1억을 만들어야 평범한 사람이랍니다. 이런 사회 속에서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서 우리는 늘 남들보다 먼저 빠르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그렇게 빠르게 살려다 보면 우리는 가끔 소중한 것을 너무 쉽게 지나치고 맙니다. 2시간 45분이면 부산에 도착하는 KTX에 빠름에 6시간 동안 남짓 타고 가야 하는 무궁화열차의 정다움을 잊고, 타자만 치면 필요한 정보가 나오는 인터넷의 빠름에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하며 얻는 지식의 뿌듯함을 잊습니다. 세상에는 느려서 아름다운 것이 아주 많이 존재합니다. 깜박이는 파란 신호등 앞에서 멈춰서는 여유, 평생에 걸쳐 글 쓰는 법을 배운 할머니의 한글, 폐휴지를 팔아 평생을 모은 200만원, 700만원을 선뜻 남을 위해 내 놓은 우리의 이웃들의 이야기들, 이 모든 것이 느리지만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걸요?"라고요. 어릴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나이가 한 살 두 살 먹어갈수록 시간이 점점 빨라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건 사실 우리가 너무 빨리 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망원경 효과라는 이야기 들어 보셨습니까? 망원경 효과란 우리가 기억을 할 때 새롭고 강렬한 기억은 망원경으로 확대한 것처럼 생생히 느껴지지만 늘 반복되는 일들은 망원경의 반대쪽으로 본 것처럼 축소되어 느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빽빽이 새로운 기억들이 많은 어린 시절은 시간이 느렸던 것처럼 생각이 되고 기억할 것이 별로 없는 어른의 일상생활은 빨리 지난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에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가 느림의 여유를 가지는 것은 여러분의 시간을 길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느리게 살자는 게 지각해도 괜찮다던가 일 처리 마감을 늦게 해도 좋다는 말로 오해하시는 분은 없길 바랍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느림의 미학은 이 한해 살아가면서 아무리 바쁠지라도 나를 돌아보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아름다움 입니다. 그 가운데서 오늘 혹은 최근의 기억해볼 추억을 찾아보는 것은 시간을 느리게 하는 비결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계획들이 잘 안되더라도 결코 좌절하거나 낙담하지 마십시오.
때때로 우리는 실패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그게 내게 책임이 있건 주변에 책임이 있건 실패와 불행은 우리 인생에 꼭 나타납니다. 어떤 사람들은 실패를 경험하면 너무나도 위축되어버립니다. ‘아, 역시 내 능력은 이 정도였어.’하면서 자책하죠. 하지만 여러분께 실패와 불행을 겪는 것이 결코 나쁜 일이 아니라고 말해보고 싶습니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고 너무 흔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실패와 불행을 겪는 건 우리가 인간이기 위한 가장 큰 조건이라는 걸 아셔야 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위로조나 앞으로 잘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패와 불행은 인간을 성숙하게 합니다. 우리는 죽음과 조우하기 전에는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갑니다. 때문에 실패와 불행은 가치를 발합니다. 사람은 실패와 불행 속에서만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늘 좋은 일뿐이라면 사람은 스스로를 다시 생각해보지 않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실패, 불행은 성공보다도 인간을 깊이 사색하게 하고 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발판이 됩니다. 때문에 불행과 실패는 어쩌면 하나님이 인간에게 보내는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한해 우리에게 좋은 일만 있을 거라는 확신은 없습니다. 그리고 어렵고 고된 시기도 다가 올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 자체를 나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자세야 말로 삶을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지금까지 새해를 맞아 저는 여러분께 세가지 제안을 드렸습니다. 타인을 생각하는 것, 느리게 사는 것, 그리고 좌절하지 말 것. 흔하다면 흔한 이야기이지만 기축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마음으로 되새겨 보아야 할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세 가지 제안이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올 한 해를 살아가는데 좋은 이정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며 신년사를 마감하고자 합니다.
2009. 1. 2.
태원세무법인 대표이사 이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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